2020년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오늘은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성주간은 사순시기 마지막 주간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 토요일까지 부할 전 한 주간을 말합니다. 그 중에 주님 만찬 성 목요일부터 성 토요일까지 3일을 성삼일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주님 수난 사건을 전례적으로 기념하는 연중 가장 거룩한 기간입니다. 그래서 성주간 동안 신자들은 그리스도 생애의 마지막에서 일어난 사건을 되새기며 파스카의 신비를 경축하고 재현합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교회는 예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에 입성한 사건을 기념하는 입당식과 장차 이루어질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수난 복음을 읽습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듣는 수난 복음은 마태오 복음서의 마지막 부분으로 다른 복음서들과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수난과 죽음,부활을 이야기합니다. 복음서마다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사건이 바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 마태오 복음사가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신앙인들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그 수난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며,부활사건을 통하여 하느님 구원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수난 복음의 전후 배경을 보면 성전 정화 등으로 인해 주님께서는 죽을 위기에 처하십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바리사이 등의 음모와 유다의 배신,최후의 만찬,겟세마니에서의 기도,체포되어 신문 받으심,조롱과 사형 선고,그리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시기까지 예수의 수난, 고통과 죽음,무덤에 묻히고 부활하시기까지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 줍니다.
이 성주간에 우리는 일상 안에서 주님의 수난의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하며 구체적으로 일상 안에서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는 수난은 무엇이며 어떻게 주님 수난을 구체적으로 살아야 할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깊이 우리 마음에 다가와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 분의 다섯 상처의 아픔을 깊이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면 할수록 고통 중에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되며 다른 이들로부터 받게 되는 오해와 비난을 잘 참아 받게 됩니다.
주님 사랑을 외치며 천국을 갈망하는 신앙인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그분의 수난에 깊이 동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고통이 없는 기쁨과 위로를 구하기 이전에 일상 안에서 만나는 어려운 일들과 귀찮은 일들을 회피하지 말고 감내해야 합니다. 주님과 함께 기쁨을 누리는 잔치와 축제를 찾기 이전에 주님을 위하여 일상 안에서 다가오는 고통과 모욕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때로 슬프고 부담스럽고 고달프고 씁쓸한 일이 생기면 특히 어떤 선한 것이 역겹게 보일 때면 지체말고 십자가 위에 계신 주님께로 달려가십시오. 자신의 뜻이나 세상의 충고나 육신의 충동을 따르지 않고 주님의 뜻이라 여기는 것을 자발적으로 그리고 주저함 없이 수행할 때 우리는 그분의 수난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확실히 이것은 온 영혼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주님의 수난을 일상 안에서 구체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수난의 의미를 깊이 깨달은 사람은 주님을 닮은 완덕의 생활로 다른 이에게 좋은 생활의 모범이되어 다른 이들을 감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참된 선교요 복음화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거룩한 주간 되시길 빕니다.
고 도미니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