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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에 겨운 소원

by 김맛세오 posted Feb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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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 누리에‥

이 겨울, 거의 눈 보기가 힘들어 못보나싶더니어제 제법 많은 함박눈이 내렸다. 물론 서울 중심지에 자리한 정동엔 좀 높은 기온이어선지, 눈이 내리자마자 거의 녹아버려 쌓인 눈을 볼 수 없었지만, 가까운 현충원 거기엔 틀림없이 백설애애 세계가 펼쳐져 있을 걸, 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다투어 가보았다. 예상대로- 거기엔 나무마다 눈꽃이 환상적으로 피어 사뭇 감탄, 쾌재를 올리며 휴데폰에 사진을 담기도 하였다.

그렇게 눈을 맞으며, 등산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법 오름 길 고개를 넘어, 흑석3동 정점에 위치한 '달마사'란 절을 향해 숨을 고르며 올랗다. 거기 절과 설경이 매치된 그림같이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지만, 마침 시베리아를 방불케하는 매서운 삭풍으로 시야가 잘 안보였고 얼음 손이 된 채여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기 불편, 그래도 용케 몇 컷을 담아 내었다.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설경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
* * *

그런데 간밤 3시쯤인가 눈이 떠져, 며칠 잘 정리된 내 방의 성모상이 보였고, 그 아래로 성모님의 모습을 빼어 닮으신 엄마의 사진이 눈에들어왔다. 그러면서 생뚱맞은 생각이 떠올라 다시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왕지사 잠을 설친 바에, 어제 내린 고향 동네 '동지기'(현 현충원)에 대한 환상적인 설경과 가끔 뵙는 지인들과의 이런저런 지내온 관계 ‥등, 그야말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았고 감사드릴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지는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지내 온 나의 생애가 그토록 흐뭇하고 아름다웠을지라도, 왜 이미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나 할머니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겔까? 말하자면 이 세상이 아무리 좋은들 저 세상에 계신 두 분 곁으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빨리 가고싶어지니‥. 흔히들 "개똥 밭이라도 저승보다 이승이 더 났다."라고들 하며, 보다 100세 시대라는 긴 인생 여정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말이다. 그마만큼 어느덧 인생 마무리를 잘 준비해야 할 시점에 존재하고 있는, 현재를 지내며 내재된 절실함에서 오는 것이리라.

암튼 이 밤, 엄마, 할머니가 무척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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