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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야, 아는 척 좀 하자꾸나

by 김맛세오 posted Jun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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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어릴 적부터 강아지나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오죽하면 멋모르고 어른들을 따라 잘 먹던 보신탕을
수도원에 입회한 이후 절대로 입에도 안대었을 정도니 말입니다.

인왕산 산책길에 오며가며 꼭 두 번씩은 만나는
잘생긴 진도개가 있습니다.
예전에 성거산에서 함께 잘 지냈던 영리한 '진순이'
- 아랫 마을 개들에게 물어뜯긴 우리 집 염소 사건으로 나의
호된 질책을 받고는 며칠간 곡기마저 끊었던- 를 닮아선지
더욱 호감이 가,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꼭 몇 마디 말을 건네는데
요놈이 벌써 몇달째 얼굴은커녕 전혀 눈도 맞추지 않는
무심한 표정인거 있지요.
그런데 며칠 전, 어느 아가씨가 지나치다 아는 채를 하니
꼬리를 치며 반색을 하는 게 아닙니까.
물어보니 그 개와는 낯선 처지라나요.
그렇다면 저 개가 사람 차별을 하는 게 여실한 겁니다.

그 후 마침 집문깐에서 청소를 하는 주인 아저씨를 만나
그간의 자초지정을 이야기하며 '미래'라는 이름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미래'와 사귀기 위해 맛난 멸치를 한옹큼 가져 갔더랬지요.
제 이름도 불러주겠다 맛난 멸치도 주겠다...조금 꼬리를 쳐,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가 있었으니
사귐의 진전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때로는 정원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름모를 새들이 내려다 보며 아는 척을 합니다.
그 흔한 참새일지라도 곁에서 짹짹거리면
세상이라는 공간이 더없이 훈훈해집니다.

만일 나무나 새, 고양이나 개들...이 전혀 없는
사람들 만의 세상이라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겠습니까.
한 마리 참새의 짹짹임조차도 얼마나 소중한 삶의 동반인지...
프란치스코 성인이 건성으로 형제 자매라 부르지 않은 건,
더불어 살아감이 얼마나 평화로운 세상인지를
진작부터 깨닫게 하신 소치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 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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