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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3주 토요일-마음 애지중지.

by 당쇠 posted Sep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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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깨니 비가 옵니다.
비가 소리로 옵니다.
이파리를 두드리는 소리,
수도원 마당을 두드리는 소리,
이 소리가 마치 제 마음을 두드리는 듯합니다.
이 소리가 제 속마음을 일깨우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는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는 속담이 생각나고,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는 말씀을 듣고는
Poker Face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종종 제 마음을 숨기지 못해 낭패스러운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그 Poker Face를 부러워한 적도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들으면 대단히 싫어하겠지만
정치인들은 싫어도 대단히 좋아하는 척 얼굴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눈 깜짝 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들처럼 속마음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태연하게 행동하려 해도 번번이 실패합니다.

얼마 전에도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언짢은 마음을 그 앞에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고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무리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저의 부자연스러움을 그가 느끼지 못할 리 없지,
그러니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내 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바꾸자하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내 마음을 감추기보다
내 마음과 솔직하게 마주하고
내 마음을 추스르고 토닥이고 바꾸니
마음도 편안하고 표정도 행동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니 그렇게 안 좋던 사람,
아니 아주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새벽,
마음을 두드리는 비 소리를 들으며
다시 제 마음과 마주합니다.
내 마음을 감출 수 있다 생각하고
내 마음을 속일 수 있다 생각하고
그래서
내 마음을 감추려고 하고
내 마음을 속이려 했던 내가 마음에게 미안했습니다.
마치 장애를 가진 자식을 부끄럽게 여겨 손님들이 집에 오면
너는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 부모처럼
내 마음을 부끄럽게 여겨 감추고 속이려했던 저는 나쁜 사람입니다.

위선하지 않음은 속마음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도 되지만
속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애지중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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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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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지상 2009.09.14 18:02:36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싫은 내색을 좋은 내색으로 바꾸지 못할 때, 내 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바꾸는 방법.... 삶의 참 좋은 방법 배워갑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9.14 18:02:36
    어느 누가 괴로워 못 살겠다 하니
    어느 스님이 그 괴로운 마음을 가져 와 보라고....

    보이지 않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이십니다.

    고요히 밀려오는 가을을 바라보듯
    고요히 내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바라 봅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9.14 18:02:36
    그렇습니다.
    가시나무를 심었다면 무화과를 기대하지 말아야함에도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기대하는 되지도 않을
    헛된 바람으로 멍들었던 가슴이 어디 한두 번인가요!

    ‘그랬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을 때 그러지 못했던 아쉬움이
    마음에 남아 그것으로 인해 더 많은 마음의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늘 속과 겉이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의 이중성이
    참으로 뿌리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떤 때
    솔직하다는 것으로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를
    있는 데로 주고, 물론 상처주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대신 뒤끝이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왠지,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제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고
    내숭과에 속하는 경향성에서 오는
    자기 해석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지요.

    진리 앞에서 담대하면서도
    진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상대의 영혼에 상처를 주면서 까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없도록
    제 마음을 애지중지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영희 2009.09.14 18:02:36
    이제 신부님의 이름은 "마음"입니다.
    이 아침,
    밤섬의 물오리 새끼처럼 신부님 뒤를 졸졸졸~ 따릅니다.
    작은 마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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