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서 부르는 노래
다가가기 쉽고
다정하고 겸손하며
끊임없이 환대해주려는 마음으로
내 것과 네 것의 경계를 넘어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드러나도록
한계가 없는 십자가들 속에서
기쁨의 노래를 슬프게 부른다.
여기저기 아프고
몸의 요구가 거세지는데
자유를 찾는 마음은
몸을 돌보라고 하지 않는다.
기력이 다하여 지치고
머리칼은 빠지고
뼈마디는 마디마다 신음하고
눈은 흐려지고
귀는 매미 우는 소리로 가득한데
정신만은 또렷하여
죽음의 형장으로 가면서
기쁨의 노래를 슬프게 부르나 보다.
슬픈 노래를 실컷 불러보자
십자가 위에서
그분도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