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집에 초대한 바리사이가 예수께서 정결례를 거행치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라자 예수님께서는 아주 신랄하게 바리사이를 비판하십니다.
겉 정결례보다 속 정결례를 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너무도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그렇다면 어떻게 속 정결례를 행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답을 하십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이 말씀은 이렇게 들립니다.
자선을 하면 깨끗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행이나 공로가 우리를 깨끗하게 한다는 뜻인가요?
사실 우리에게는 그런 식의 생각이 없지 않지요.
예를 들어 엄청 사기쳐 먹고 수재 의연금 조금 내고 퉁치거나
내가 죄를 지었으니 대신 선행으로 보속을 하고 깨끗해지려는.
그렇다면 주님의 사랑과 십자가 성혈로 우리 죄가 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행이나 공로로 우리 죄가 씻어진다는 말입니까?
더 심하게 얘기하면 주님의 피가 없어도 우리 죄가 씻어진다는 말입니까?
그런 뜻이 아니고 주님의 말씀은 물론 당신의 피로 우리 죄가 씻어지지만
주님의 피로 죄를 씻으려는 의지 정도는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피의 세례로 우리 안의 탐욕을 비우고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며,
사랑으로 채워진 결과로 우리가 선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요.
노인 요양원에 가면 목욕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씻어드리려 해도
씻지 않으려 함으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이처럼
주님의 피가 우리 죄 씻어주시는 것을 마다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다윗처럼 히솝의 채로서 내 죄를 깨끗이 씻어주십사고
청해야 하고 청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클라라는 성녀 아네스 축일 찬가를 인용하여 이것을 이렇게 발전시킵니다.
"그분을 사랑할 때 그대는 정결하고,
그분을 만질 때 그대는 더욱 깨끗해지며,
그분을 맞아들일 때 그대는 동정녀입니다."(아네스 편지 1,8)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말씀은 주님을 모시기 위해 우리가 정결해야 하는데
그 정결해지는 것이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고 만질 때 그리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이런 역설이랄까 초월이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죄가 없어야 하고 죄인은 주님을 감히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물론 죄가 없어야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이 죄이기에
사랑을 할 때 죄는 씻어진다는 것이고 죄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다윗 얘기로 돌아가면 죄 때문에 하느님 눈을 피해 숨어버린
아담과 하와와 달리 다윗은 죄가 탄로나자 배 째라는 듯 뻔뻔하게
오히려 그 죄를 가지고 주님께 가서는 그 죄를 씻어달라고 합니다.
이런 뻔뻔스런 사랑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이런 뻔뻔스런 사랑이 하느님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는 부모를 믿지 않습니까?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부모는 나를 사랑하실 거고 용서하실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죄만 보지 말고
하느님의 사랑을 보고 용서까지 봐야 합니다.
씻지 않고 향수로 그 썩은 내를 감추려 하거나
더럽고 냄새 난다고 숨어버리지 않고
그 썩은 속내까지 드러내며 씻어달라고 할 때
주님은 히솝의 채로 씻어주시고, 우리는 주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되니까요!
(우리도 그리스도와 인연이 끊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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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가 욕망과 욕심으로 발전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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