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 화요일-2019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기도하셨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
그분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며칠 전 급히 어디를 가느라 택시를 탔는데 여름철 저의 복장이 반바지에
배낭이어서인지 기사님이 등산 갔다 오느냐고 물으십니다.
요즘 등산 갈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하지만 좋아하고 특히
밤 등산을 좋아한다고 하니 왜 좋아하는지 설명했음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굽히지 않고 하는 거였습니다.
안전을 생각해도 그렇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왜 혼자서 등산 가는 것을 그것도 밤에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밤에 등산을 가는 것은 그야말로 산에 저 혼자 있기 위해서인데
산을 저 혼자 차지한 것 같은 좋은 느낌 때문에 혼자 가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요함과 적당한 두려움과 긴장과 같이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느낌 때문에 저는 오히려 혼자 갑니다.
이것들이 인간적으로는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케 하고 내면을 보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대면하게 한다는 점이지요.
특히 적당한 두려움은 시시한 잡생각을 하지 않게 함은 물론이고
어떤 생각에 빠지거나 저에 대한 생각에도 머물지 않게 합니다.
제게 두려움은 밤하늘의 별 못지 않게 하느님을 만나게 하지요.
지난 부활절에 제가 밤새도록 길을 걸을 때 두려움과 함께
하느님 체험을 한 얘기 강론에 올린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것입니다.
신앙인이라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때
아름다움이신 하느님을 보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낄 때 두려움이신 하느님 또는 경외해야 할 하느님을 만납니다.
아무튼 산에 오르는 것은 운동이나 건강을 위해서 가거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 가는 것 이상의 이유와 목적이 있으니
운동이나 아름다움 감상은 다른 것을 통해서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초월 체험이나 하느님 만나기는 등산이 제일 좋기에 오르는 겁니다.
주님께서도 오늘 열두 사도를 뽑기 전에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십니다.
그러니까 산에 오르시어 제자 선발을 위한 기도를 하신 것인데
그런데 제자 선발을 위한 주님의 기도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저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을 두고 고민하다가 이제 고민은 그만 두고
이 사람들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여쭙자는 식으로 기도를 하셨을까요?
주님은 그러지 않고 일치의 기도 곧 관상기도를 하셨을 겁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알려주십사고 하거나 당신의 뜻을 알려주십사고 하는
그런 청원기도를 넘어서 존재와 존재가 일치하는 기도를 하셨을 겁니다.
아직도 나의 생각이 있는 것은 나를 초월하지 못하고
아직도 나에게 머물러있는 것이고 하느님께 올라가 일치하지 못한 거지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 생각을 비우고 초월하여 하느님과 일치하는 기도를
하셨을 거고, 그 상태에서 곧 비움과 일치의 상태에서 선발하셨을 겁니다.
사무엘이 다윗을 뽑을 때 하느님께서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고 하셨는데
주님은 하느님과 일치하여 하느님의 눈을 가지고 선발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평지에 내려오십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은 종종 내려올 걸 뭣하러 산에 오르느냐는 말을 듣는데
그야말로 내려오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러니까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내려오기 위해 오르는 거지요.
그리고 새로워진 나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오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주님에게서 오르고 내려오는 기도를 배우는 오늘입니다.
(열일 제쳐놓고)
http://www.ofmkorea.org/146748
16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아직 더 오르락내리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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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오름과 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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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비움의 기도, 들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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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고민과 기도의 차이)
http://www.ofmkorea.org/38665
11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산 위의 제자, 평지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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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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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자부심과 자만심-복음화와 세속화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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