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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2주 화요일-내려 놓고 올라 가다

by 당쇠 posted Apr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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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땅을 떠나 위에 매달린 사람,
위로부터 다시 태어난 사람,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
매이지 않는 바람 같은 사람에 대해서 얘기한다.

오늘 독서는
가진 모든 것을
사도들의 발 앞에 내려놓는 초대교회 신자들,
자기가 소유한 밭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내려놓은 바르나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한 사람들,
모두 큰 은총을 누리는 부활한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한다.
어떤 연관서이 있는지 모르지만
문득 한계령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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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1 정 덕수 시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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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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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09.04.21 09:06:09
    오늘 아침 늦잠 때문에 작년 글을 올리는 것에
    죄송해하시는 댓글은 그 어떤 강론보다도 제 마음을 두드립니다.

    자식도 철이 들면 부모의 고단함을 마음으로
    읽을 줄 알고 그래서 마음 아파하게 될 때가 있고
    그런 자식의 마음을 읽는 부모와 자식은 하나가 될 것입니다.

    가물었던 대지에 촉촉이 비가 내립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비를 내릴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아침입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당쇠 2009.04.21 09:06:09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며칠 피곤하여 누워 말씀 묵상을 하다보니 또 잠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강론 묵상을 하지 못해 작년에 올렸던 것을 다시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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