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복음 말씀이 전해지지 않은 나라에 씨를 뿌리겠다는
선교사들의모임인 파종회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인지 오늘따라
오늘 독서 말씀 중에서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는 말씀은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지요.
만일 조금 뿌리고 많이 거두어들이려 한다면 얌체거나 욕심쟁이이고,
거두는 것 이전에 뿌리는 것 자체가 아까워 뿌리지 않으면 노랑이이며,
이도저도 아니고 뿌릴 것 자체가 없으면 가난뱅이겠지요.
옛날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씨감자는 남겨둬야 한다고 했는데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여 다시 말해서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씨감자까지 먹어 버릴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이 제게는 이렇게도 들립니다.
뿌릴 씨가 없어 뿌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지 않아서 뿌릴 씨가 없다는 말씀으로.
왜냐면 누가 천애고아天涯孤兒, 곧 하늘 저 끝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는
고아이고 옆에 도울 이 아무도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뿌리고자 하는 사람은 뿌릴 씨를 구할 것이고 그래서 뿌릴 수 있을 겁니다.
혹 줄 사람이 없어도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 씨앗을 마련해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고 오늘 바오로 사도는 얘기하듯
하느님이 주시니 뿌릴 씨가 없을 리 없습니다.
여기서 씨앗이란 선 또는 선행이고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이 말은 또한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다 마련해주시기에 다시 말해서 야훼이레이기에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선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모든 것을 넘치게 주신다는 것도 생각지 못하고,
무상의 선물인 은총을 받은 체험이 없으니 감사한 마음이 뭔지도
받은 것을 나누는 기쁨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올바르게 매개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말하자면 하느님 은총의 공인중개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얼마 전 저는 옛날 저의 야학 제자들과 좋은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모인 제자 중에 사진 찍으며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제자가 있었고,
생전 처음으로 제가 센터를 전세 얻었기에 그의 말이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공인중개사가 신용을 얻으려면 매수자와 매입자 사이에서
농간을 부리지 않고 서로의 필요를 정확히 중개해야 하는데
서로의 필요를 정확히 중개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이익 때문이니
자기이익만이 아니라 공동선을 찾아야지 훌륭한 공인중개사가 되는 거지요.
내 게 아니라 하느님의 선을 나눌 때 그것이 공동선이 되고 사랑이 됩니다.
하느님의 선을 내 거라 생각하면 주는 게 아까워 아예 나눌 수 없고,
그때 하느님의 선은 고인물이 썩듯 똥이 되지만 나누면 공동선이 됩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자기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을 나누는 것이고,
희생이 아니라 유통이며 이럴 때 하느님은 내 안에 숨어서 선을 행하시고
나는 나의 선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을 중개자가 매개할 뿐이며,
그래서 오늘 주님의 말씀처럼 위선치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은 희생이라는 생각부터 오늘 바꿔야겠습니다.
(쇼를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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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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