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는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는 자들이 있다고 하십니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세상에!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는 자가 있다니!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어둠이란 자기 밖의 어둠이지 안의 어둠은 아닐 거라고,
예를 들어서 안의 어둠, 마음의 어둠이 있을 때 누군들
그것이 좋을 리 없고, 사랑할 리는 더더욱 없을 겁니다.
밖의 어둠도 다 좋을 리 없을 겁니다.
처한 상황이 암담하다고 할 때의 그 어둠은 좋을 리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 일이 악한 자들이고,
그들이 사랑하는 어둠은 자기들이 한 일을 감추기 위한 겁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악과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자가 있는가 하면
빛을 사랑하고 자기가 한 일을 드러내려는 이도 있다고
주님은 오늘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자>와
<드러내려는 자>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데
이것을 프란치스코의 관점에서 얘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프란치스코는 육의 영과 주님의 영에 대해 얘기하는데
육의 영을 가진 사람은 자기의 선을 드러내고 싶고
당연히 자기의 악은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할 것입니다.
반면 주님의 영을 지닌 사람은 자기의 선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자기의 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자기가 한 선행도 하느님의 선으로 드러내려 할 것이며,
그리스도의 빛을 자기 죄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사랑하고
어두운 자기 앞길을 비추는 등불로 사랑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보낸 편지의 끝부분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내적으로 깨끗해지고, 내적으로 빛을 받고, 성령의 불에 타올라”
형제들이 사랑하는 주님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 이르는 세 단계의 길과 세 갈래의 길,
곧 삼중도三重道(Triple Ways)를 얘기하는 것인데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서 아버지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그 <아버지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우리가 길이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갈 때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의 죄를 비추어 정화의 길을 가게하고,
마치 어둔 밤의 조명탄처럼 우리가 진리의 길을 갈 수 있게 하며,
주의 사랑이 성령을 불타오르게 하여 일치의 길을 가게 한다는 거지요.
빛이 단죄인 삶을 살 것인가,
빛이 은총인 삶을 살 것인가,
그 선택과 결단이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