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오늘 복음은 꼭 어느 한 날 있었던 얘기가 아닙니다.
매일 이런 일정을 소화해내는 주님의 일상이라는 얘깁니다.
외딴 곳에 가서 기도하시고,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악령들을 쫓아내시고,
새날이 되면 다른 곳으로 가시는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님의 일상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
저의 일상은 어떤 것인지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저의 일상은 여러분이 대개 아시듯이 주님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주님처럼 새벽 아직 컴컴할 때 일어나 외딴 곳으로 가지는 않고
제 방에서 복음 묵상 겸 기도하고 강론을 쓰고 올립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답할 것이 있으면 답합니다.
그런 다음 현장에 일 나가게 되면 새벽 미사와 기도를 혼자 바치고
새벽 5시에 일 나가 저녁 7시면 돌아와 씻고 저녁기도와 식사 하고 잡니다.
요즘처럼 일이 없어 일을 안 나가면 강의 준비하고 밀린 일을 하고,
운동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휴식 시간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각종 회의나 만남이나 강의와 사목으로 바쁘고요.
그러니까 주님과 저의 차이는 쉼과 운동이 저한테는 있고 주님께는 없다는
것인데 쉼이나 운동 없이 주님께서는 그 살인적인 일정을
어떻게 초인적으로 버티셨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의 일정은 가히 살인적입니다.
일정이 빡빡하고 쉴 시간이 없다는 면에서 살인적일 뿐 아니라
가르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병자를 치유하고 악령을 퇴치하는 것이
얼마나 힘을 빼는 일인데 그 많은 병자와 부마자를 대하시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초인적이지 않으면 살인적인 일정을 해낼 수 없는 것인데
그 초인적인 힘이 어디서 난 것입니까?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게 그런 거라고 하면 얘기할 것이 아무 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오늘 히브리서의 말씀처럼 주님도 우리와 같이 피와 살을 나누시고,
모든 점에서 같아지셔서 유혹까지 받으신 분이기에 얘기할 게 있는 거지요.
그런데 사실은 주님의 그 초인적인 힘의 원천을 우리가 잘 압니다.
삼손이 머리를 길러서 하느님의 힘을 지녔듯이
하느님으로부터 그 힘을 받았다는 것과 그것이 기도라는 것을.
그렇습니다.
현명한 사람에게 기도는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겁니다.
뭣 하러 받지 않고 힘 빠지게 뭣을 합니까?
기도를 한다면 받기 위해서 하지요.
사실 우리도 가진 것이 없기에 받기 위해 기도를 많이 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재물이거나 병의 치유거나 합니다.
그런 것들도 청해 받아야겠지만 오늘 우리가 주님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힘을 받는 것이고,
그것은 뭘 하는 것이기보다는 하느님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뜨거운 물에 잠기고 편백나무 휴양림에 머물 듯
이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거야 하고 주님 사랑 안에 머물면
그것이 기도이고 그 기도 안에서 우리는 힘을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어렵지 않고 쉽고, 힘들지 않게 힘을 얻습니다.
이것을 주님께 배우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