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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22주일-단호히 가야 알 십자가의 길

by 당쇠 posted Aug 3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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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만 할 걸!’, ‘거기까지만 말할 걸!’
이런 경우가 살다보면 적어도 한 번쯤은 우리에게 있을 것입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딱 좋았는데 우쭐하다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좀 더 나아가다가 앞의 좋았던 것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경우 말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예수님의 정체를 멋지게 고백하고
주님으로부터 그 대답은 인간의 대답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대답이니 너는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지상에서는 교회의 반석이 되고
하늘나라에서까지 풀고 매는 권한을 상으로 받은 것,
여기까지는 So nice!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칭찬해주시던 예수님의 그 입에서
어찌 그리 단호하고 모지락스런 말이 나오는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너는 사탄이다, 너는 내 가는 길의 걸림돌이다.
예수님을 위한다고 한 말인데
사탄이고 예수님 가실 길에 걸림돌이라니!
너무 서운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정체를 완전히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그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참혹하게 돌아가셔야 한다는 것을
그 당시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앞 뒤 생애를 다 알고 있는 우리도
머리로서는 알아도 심정적으로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말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정체를 다 알았다 해도
베드로는 수난을 반대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가시면 자기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예수님도 가기 싫으셨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베드로에게 그렇게까지 심하게 역정내실 이유가 없지요.
우리는 약할 때 강하게 마음먹어야 하고
흔들릴 때 더 단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백 안젤로 수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생애 말년에 여러 번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이 어린 나이에 수도원 입회를 위해 집을 떠날 때의 이야기입니다.
떠나기 전 날 밤 수사님의 어머니께서는 수사님이 자는 줄 아시고
밤새도록 수사님의 손을 어루만지며 우셨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화롯불에 데어 장애를 입은 손이지요.
이제 내일이면 당신을 떠나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혹시 장애 때문에 앞날이 험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신 것입니다.
다음 날 어머니 배웅을 받으며 길을 떠나다
동구 밖 언덕백이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려 돌아서는데
그때까지 지켜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이
벼락같이 호통을 치시더라는 것입니다.
“뒤 돌아보지 마!”
어머니의 그 단호한 한 말씀 때문에
이후 일제시대, 캐나다 유학, 한국 전쟁 등 험난한 세월,
힘든 수도생활을 하면서도 손 병신(수사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
한 번도 성소를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아무리 부활의 길이지만
십자가의 길은 가기 싫은 길,
길 떠나기에 망설여지는 길입니다.
이런 길이기에 그리스도 예수께서 먼저 꿋꿋이 가셔야
제자들도 우리들도 따라 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님께서 단호하실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이 길에 걸림돌이 되는 사탄은 물러서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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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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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이득수 2008.09.01 12:11:43
    단호함. 단호하게, 단순하게...주님께서 주신 이 성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을 살수 있도록 주님께 간절치 은총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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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마니또 2008.09.01 12:11:43
    백안젤로수사님의 어머니같이 올곧은 엄마가 되고싶습니다.
    8월 한달도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깨우쳐주시고..
    감사드려요 신부님~^^ 9월엔 앞만 보고 달려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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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쥬라블 2008.09.01 12:11:43
    베드로의 나약함이 오늘은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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