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루카복음은 위의 등불얘기를 11장에서도 거의 똑같이 합니다.
그런데 루카는 왜 같은 얘기를 두 번에 걸쳐 하는 걸까요?
차이가 없다면 두 번 같은 주제로 얘기할 필요 없을 텐데
두 번 얘기한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뜻일까요?
말한 의도의 차이가 있다고 믿으면서 두 경우를 비교하니
11장의 경우는 내 집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등불이 되려면
내 안에 먼저 어둠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뒷얘기를 보면 눈은 몸의 등불이고, 성한 눈으로 인해
온 몸이 속속들이 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누가 그 집에 들어오려 하겠습니까?
어두운 얼굴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등불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비해 오늘 8장의 경우는 등불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등불이란 본래 내 집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빛을 비추기 위함이고
어둠에 감춰져 있던 것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인 거지요.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는다는 것은
빛도 아니고 등불도 아닌 증거라는 말씀 같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나나 우리 공동체가
빛과 등불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고,
빛과 등불이 되라는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저나 우리 공동체는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이런 사명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이런 사명을 주셨지만
그 사명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이 사명을 받는 것이 영광이 되어야 받아들일 텐데
이 사명의 부여가 영광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빛이 되고 등불이 되라는 것이 어찌 부담되지 않겠습니까?
부담이 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매우 교만한 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담을 느끼는 것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기에
겸손한 부담감은 좋지만 그렇지 않은 부담, 예를 들어
게으른 부담감이나 심지어 깔보는 부담감이 문제인 것입니다.
게으른 부담감이란 빛이 되는 것이 영광이기는 하지만 귀찮다는 것이고,
깔보는 부담감이란 이 세상에서 때깔이 나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영적으로 빛이 되는 것은 별 관심이 없고 부담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한 부담감은 주님께서 맡기신 빛과 등불의 사명이
영광이기는 하지만 자신은 이 엄청난 사명에 부족하다는 부담감이며
그렇지만 주님께서 맡기셨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이며
혼자로서 부족하다면 같이 해서라도 부담을 하겠다는 자세인 겁니다.
며칠 전 젊은 형제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말하자면 희망공동체 또는 등불공동체를 세우고 싶어 하는 형제들입니다.
거기서 저는 제가 희망이 되기보다는 젊은 형제들이 희망이 되도록,
그리고 환경이 어둘 수록 등불이 되겠다는 형제들이 용기를 꺾지 않도록
도움이나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용기 가지기가 쉽지 않잖습니까?
얘기를 끝내고 한 형제가 이 공동체가 이뤄지도록 기도해야겠다고 했는데
이 형제들의 겸손한 부담감이 용기 잃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등불 공동체를 위하여)
http://www.ofmkorea.org/111586
16년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어른이 되기 싫은 애처럼 등불이 되기 싫은 사람)
http://www.ofmkorea.org/93531
14년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주님의 말씀은 내 발의 등불)
http://www.ofmkorea.org/65418
13년 연중 제 25주간 월요일
(빛이 아니라고 하지 말 것입니다.)
http://www.ofmkorea.org/56291
12년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회광반조(回(廻)光返照)
http://www.ofmkorea.org/40035
11년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등에 불을 밝히자!)
http://www.ofmkorea.org/5287
08년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회광반조(回(廻)光返照)
http://www.ofmkorea.org/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