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밤에
성모의 달에 피어나는 새순들처럼
싱그럽고 촉촉한 연초록 바다에서
성모의 품에 안기어
그 심연에서 심장의 고동을 들으며
생명의 노래를 부릅니다.
가시덩굴에서 피는 장미와 눈부신 기쁨을 봅니다.
결코 절망하지 않는 가슴이여!
안으로 안으로만 품어 키우는 사랑이여!
아드님의 잉태에서부터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을 품에 안으신 그 품으로
인류를 품에 안으신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밤입니다.
나의 생애를 지켜보시며
나의 눈물을 당신 부대에 담아두시고
그 숱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저의 여정에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위로해 주시던 성모님의 모성 안에서
추위를 타는 영혼들을 돌보시는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득히 불러도 듣는 이여,
가만히 불러도 듣는 이여,
맘속으로만 불러도 듣는 이여,
생명의 애련
살아있는 모든 것이 애련합니다.
묘하게 아프고 아름다운 감동이 물의 파장처럼 퍼집니다.
서로를 기르고 보완하는 축복된 능력
사랑은 고통과 기쁨을 함께 보듬는 모순을 잉태하고
연민과 관용을 갖게 합니다.
생명을 사랑하며
생명을 둘러싼 것들을 뜨겁게 찬미하면서
그것을 지어내신 선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피조물 안에서 발견하면서
감사에 넘친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복되고 아름다울까요...
주고 또 주어도 매양 준 것이 모자란 것만 같은 헌신에의 조바심,
배가 고픈 어머니도 아기에게 젖 물리는 모성이여!
그리움의 바다에서 길지 않은 한평생에
염원과 연착만이 너무 많아 민망스럽습니다.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고
원천의 그리움 안에서
마침내 둥우리를 벗어 던지고
바다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더 자유롭게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품에 다시 안길 때까지...
2017년 5월 6일
지도공소 성모의 밤에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