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교리지식이나 전례상식이 있는 분은 눈치 채셨겠지만
재의 수요일 이후 우리의 전례는 맥락이 있고 연광성이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여는 재의 수요일에 사순시기의 3대 실천사항,
곧 단식과 자선과 기도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음날인 목요일엔 죽음과 생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살려한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금요일 전례에서 우리는 단식에 대한 가르침을,
토요일과 어제 월요일에는 회개와 자선에 대한 가르침을 들었고,
오늘은 사순시기 마지막 실천인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듣습니다.
그렇다면 사순시기의 기도는 어떤 기도여야 하나요?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순시기가 본래 회개와 은총의 사순시기이기에
기도도 전과 같이 해서는 안 되고 회개한 자답게 올바로 기도함으로써
은총의 열매를 맺는 기도를 해야 한다는 답을 오늘 전례는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회개한 자다운 올바른 기도란 어떤 것입니까?
재의 수요일에 주님께서는 위선자들처럼 기도하지 않는 거라고 하셨고
오늘은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않는 거라고 하시는데
사람 보라고 기도하지 말고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께 기도하라는 말씀이고
빈 말들의 기도가 아닌 알찬 기도, 열매를 맺는 기도를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알찬기도, 열매 맺는 기도란 우선 하느님의 말씀이
헛되이 하느님께로 돌아가지 않는 기도라고 오늘 독서는 얘기합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땅을 적시어 .....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그러니까 회개한 자의 알찬 기도란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내려왔는데
전에는 그 말씀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아 헛되이 하느님께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우리가 잘 받아들여 안에서 반드시 말씀의 열매를 맺는 기도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열매란 무엇인지가 궁금한데 제 생각에
진리의 말씀을 주셨으면 깨달음이 그 열매이고,
생명의 말씀을 주셨으면 활기참이 그 열매이며,
행복의 말씀을 주셨으면 행복함이 그 열매지요.
하느님께서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주셨는데도 그렇게 생각지 않거나
싫다고 거부하면 아무리 하느님께서 말씀을 내리셔도
그 말씀은 헛되이 하느님께로 돌아가고 아무 열매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말씀은 헛되이 돌아가지 않고
그 사명을 완수하고 만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깡패 두목처럼 억지로라도 자기 말을 듣고 따르게 한다는 뜻입니까?
그런 거라면 당신 말씀을 헛되이 돌아가게 하지 않겠다는
오늘 주님의 말씀을 고마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씨앗이 싹이 트고 열매를 맺고 수확을 할 때까지
농부가 기다리고 온갖 정성을 다하듯이 그렇게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당신 말씀을 받아들여 싹을 피우고 열매 맺을 때까지
기다리시며 끝까지 사랑하시겠다는 것이기에 고맙습니다.
이런 사랑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이제 우린 기도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빈말을 계속해서 씨부릴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무엇보다 내게서 이루어지도록 하느님 말씀을 경청키만 하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