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말씀나누기

대림 1주 수요일-사랑으로 채우시려 사흘을 굶기신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Dec 04,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빵 일곱 개와 물고기들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지금까지 저는 빵의 기적을 굶주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빵의 기적을 일으키시는데 있어서 주연이신 예수님과

조연인 제자들의 입장에서만 봐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이 굶주렸다고 하는데

제가 그 많은 사람 중의 하나가 되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많은 사람 중의 하나가 되어 한 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때 사실 저는 몸과 마음이 모두 다 굶주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저는 빵 때문에 예수님께 다가간 것은 아닙니다.

고픈 배 채우는 것 못지않게

지친 마음을 추스르도록 힘주시는 말씀이 필요해서 갔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나 그저 들어보러 예수님께 간 것인데

제가 몇날 며칠을 그렇게 깊이 그분 말씀에 빠져들 줄은 몰랐지요.

그래서 우리는 지니고 있던 약간의 빵마저 떨어져 굶주리게 되었지요.

 

그분이 빵의 기적을 일으키신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한 두 끼가 아니라 무려 사흘이나 굶었을 때 말입니다.

 

그때는 왜 진작 빵을 먹이시지 않고 며칠을 굶기셨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빵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배부른 체험을 하고,

빵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갈구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 많은 가르침으로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을 때

그래서 배고픈 것도 괘념치 않고 말씀에 빠져있었을 때

그분은 말씀을 중단하시고 제자들에게 빵을 먹이라 하셨습니다.

 

당연히 제자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먹일 빵은 없고 조달할 방법도 없다고 말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였지만 빵 얘기가 시장기를 돌게 했는지

예수님마저도 먹이겠다는 것을 포기하실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포기하러 오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아니”라고 얘기하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인간의 절실한 필요를 채워주지 않으려면 뭣 하러 오셨겠습니까?

채워주지도 못할 분이시라면 뭣 하러 인간이 되어 오셨겠습니까?

 

그러나 그분이 진정 채워주려 하신 것은 배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배가 너무 고파 배를 채워주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분은 빵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워주셨습니다.

빵은 다 소화되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그때 받은 사랑은 아직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사랑으로 채우시려 사흘을 굶기신 겁니다.

 

그리고 사랑과 함께 그분이 아직까지 제 안에 계십니다.

밀가루 빵처럼 금새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실 거면

아예 생명의 빵이 되지도, 먹히지도 않으셨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천사의 양식은 우리 양식되고,

천상의 양식을 우리게 주시는 주님, 오늘 어서 오소서.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