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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요한 19,25–34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자매,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가 서 있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를 보시고,
또 그 곁에 선 제자를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십니다.
이어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아시고
마침내 옆구리에서 피와 물을 흘리십니다.

오리게네스는
복음을 읽을 때
표면의 사건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영적 의미를 깊이 보려 했습니다.
그의 시선으로 보면
십자가 아래의 이 장면은
단지 마지막 유언의 장면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하는 자리입니다.
십자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친교의 시작입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들을 흩어지게 두지 않으시고
어머니와 제자를 새로운 관계 안에 묶으십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사랑하시는 제자를
모든 제자의 모습으로도 읽으려 했습니다.
곧 예수님의 말씀은
그 한 사람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 모든 이에게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서
교회는 단지 제도의 모임이 아니라
어머니를 가진 공동체,
곧 돌봄과 인내,
기억과 순종의 공동체로 태어납니다.
영성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상처 없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십자가 아래 머무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또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은
오래도록 깊은 상징으로 묵상되어 왔습니다.
오리게네스의 전통 안에서도
이 장면은 단지 육체적 상처의 묘사가 아니라
교회를 살리는 은총의 흐름으로 읽힙니다.
피와 물은
주님의 생명이 더 이상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흘러나오는 사랑의 표징입니다.
십자가는 닫힘이 아니라
열림입니다.
그분의 몸이 찢어질 때
구원의 샘이 열리고
목마른 인간을 위한 길이 열립니다.
영성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영성이 상처를 우회하는 길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자주
아픔 없는 평화,
상처 없는 치유,
고통 없는 믿음을 원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십자가의 한가운데서
어머니를 맡기시고,
공동체를 세우시고,
피와 물을 흘리십니다.
그러므로 영성은
고통을 부정하는 맑음이 아니라
고통 한가운데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깊이입니다.
머무름의 영성,
끝까지 곁에 있는 영성,
그리고 상처를 통해서도 생명이 흐를 수 있음을 믿는 영성입니다.

거룩한 독서의 날인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십자가 아래 얼마나 머물 수 있는가?
고통의 자리에서 너무 빨리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내 상처를 닫힌 상처로만 붙들고 있는가,
아니면 주님 안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연민의 자리로 내어드릴 수 있는가?
주님께서는 오늘도
십자가 아래 우리를 부르시며
상처를 통해서도 사랑이 흐를 수 있음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
제가 십자가 아래 머무는 용기를 주소서.
고통을 피하기보다
그 자리에서도 사랑을 배우게 하시고
닫힌 상처가 아니라
흐르는 자비의 마음을 갖게 하소서.
성모님과 함께
끝까지 머무는 제자가 되게 하시며
당신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생명이
제 삶에도 스며들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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