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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재의 수요일 다음 금요일- 단식의 자유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Feb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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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그제와 어제 여러분으로부터 저를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나이 먹었으니 사순절 되었다고 너무 심한 단식은 하지 말라고.

 

 

프란치스코는 사순절에 의사의 강권에 의해 닭고기 국물을 조금 먹고는

사순절에 프란치스코가 엄격히 단식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데

닭고기 국물까지 먹고 가만히 있으면 믿음을 배반하는 위선이라고 생각하고

형제들에게 자신을 광장으로 끌고 가 위선자임을 폭로하라고 부탁했지요.

 

 

이 자리를 빌려 저도 그렇게 단식하는 사람이 아님을 말씀드려야

프란치스코의 제자로서 마땅할 것입니다.

 

 

40대까지만 해도 저는 단식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단식일을 제외하고 제일 처음 스스로 단식을 한 것은

7-80년대 민주화를 위한 단식 때였습니다.

이렇게 한 번 자발적 단식을 해보니 영적으로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제 삶이 흐트러졌을 때나

뭔가 잡다한 것들을 단칼에 잘라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때,

단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준비도 없이 곧바로 하곤 하였습니다.

단식斷食, 음식을 끊음으로써 그동안 유지되어 온

좋지 않은 습관, 부정적인 생각, 무질서한 욕망들을 끊으려 했던 거지요.

 

 

그런데 50이 넘어서부터 단식을 하는 것이 힘들고 당연히 주저하게 됩니다.

큰맘을 먹어야 하고 웬만한 이유나 목적을 가지고는 할 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면 할 맘도 없고 할 수도 없습니다.

 

 

건강을 위한 단식, 이념을 위한 단식도 의미가 있지만

단식은 인격적인 단식, 곧 사랑의 단식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복음은 신랑이신 주님을 위한 단식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독서 이사야서는 이웃 사랑을 위한 단식이어야 한다고 각기 얘기합니다.

 

 

그렇습니다.

단식은 무엇보다도 주님 사랑 때문에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 사랑의 힘으로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독서 말씀대로 이웃사랑을 위한 단식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선 음식을 끊는 게 아니라 못된 짓을 끊는 겁니다.

제 일만 찾고 일꾼들을 다그치던 못된 짓을 끊고,

다투고 싸우며 주먹질이나 하는 그런 못된 짓을 끊는 겁니다.

 

 

그러나 이웃사랑이 못된 짓을 아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소극적인 것이고 좋은 일을 하는 게 적극적인 사랑입니다.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

우리의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우리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우리의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독서 이사야서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서 합니다.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

 

우리가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의 상처가 아물고,

우리가 사랑을 실천할 때 주님께서 함께 계시며 응답해주신다는 겁니다.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인데,

물론 이웃이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게 아니고 주님께서 하시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 단식의 자유를 선언하고

여러분에게도 주제넘겠지만 단식의 자유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 때문이 아니라면 이제 단식을 아니 해도 좋습니다.

단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이제 벗어 버려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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