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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수도원 이야기(2)

by 이종한요한 posted Oct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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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도원 이야기 계속


건축이란 엄청난 도박에 속하는 것인데, 아직 언어도 배우지 못한 그 분이 이 정도 정확한 판단력으로 공사를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분의 정확한 상황 판단과 과감한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그분은 한치의 착오나 실수도 없이 건축비 구입부터 건축 업자 선정이나 기타 건축과 연관된 모든 것을 건축 후 정동 수도원이 해야 할 일과 연관을 시켜 계획하고 실천했기에 오늘까지 관구 건축사에 자랑으로 남게 되었다.


이 건물은 여러 가지로 열악했던 당시로 봐선 대단한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건물이었다. 건물 내장재의 바른 선택, 언어 학원와 수도원, 그리고 작지만 수준급으로 마련된 강의실 등은 당시 서울에도 이렇다할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운 처지에서 본의 아니게 교회안의 명소가 될 수 있었다.


몇 년 후 우이동에 고난회에서 준비한 명상의 집이 생겼으나 그전까지 정동 수도원은 성직자들이나 교회 지도자들이 안락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강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시설 관리를 너무 완벽하게 잘 해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기억되었다. 당시 명동 성당 시설도 이런 면에선 열악했다.


오늘까지도 그런 흔적을 볼 수 있는 건축은 번듯이 하고도 그 관리가 부실해서 퇴색된 모습을 보이는 안타까운 예를 볼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정동 수도원은 이런 우리의 약점을 과감히 극복한 예언적인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오죽 했으면 항상 점잖게 처신하시는 구상 시인께서 어떤 글에 명동 성당 화장실의 안타까운모습을 적을 정도였는데 정동 수도원은 이런 면에서도 당시 시설 수준과 비길 수 없는 앞선 시설로서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었다.


당시 건축 자재가 열악했던 국내 현실에서 그분은 알루미늄 창틀과 같은 것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서 집을 튼튼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배려했기에 당시 수준에서 이만한 건물을 찾기가 힘든 준수한 공간이 되었다.


집을 이렇게 반듯이 짓고 나면 그 안에 가구나 전례용 성물이 집의 수준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철저히 잘 준비해서 가구나 모든 것이 당시 수준에서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칸의 단순성을 보이면서도 쾌적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케아 라는 가구가 있다. 스웨덴 제품으로 “가난한 사람들도 품위 있는 가구를 가질 수 있게 하자.” 는 창립자의 취지가 성공한 것인데, 정동 수도원의 가구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침대, 의자, 식탁 등 너무 단순하면서도 기동성이 있는 것이었기에 수도원 공간을 여러 목적에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이태리어로 가구를 “Mobilia”라고 하는데 정동 수도원의 가구들이 이런 것을 잘 표현했기에 사용자의 숫자에 걸맞게 즉시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해서 여러 면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성물 역시 새로 시작되는 수도원의 품격에 맞는 것을 준비해 오셔서 수미일관의 태도로 모든 것이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다. 정동 수도원은 이렇게 시작부터 허술한 데가 없이 알찬 공간으로 출범했기에 빠른 시간 안에 한국 교회에 신선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 했다.


이제 한국 관구의 나이가 75세가 되었고 그동안 필요에 의해 여러 건물이 건축되었지만 그 많은 건물 중, 오늘 날에 비길 수 없이 건축 환경이 여러 가지로 열악했던 당시 현실에서 말도 못하는 관구장이 지은 이집만큼 반듯하면서도 뒷말이나 하자가 없는 집이 없다.


앞으로 계속 보게 되겠지만 1965년 이 건물이 완공됨으로서 수도원 기능과 함께 함께 새로 시작한 언어학원 선교사들을 위한 숙소로, 더 나아가서  한국 사제들이나 외국 사제들을 위한 강의 장소로 대단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교회 안에 회자되는 말 중에 하느님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항상 가난을 떠드는 프란치스코 회의 재산 규모를 하느님도 모르신다는 프란치스칸으로서 좀 듣기 거북한 말은 정동 수도원 건축사에서 보면 얼마나 비현실적인 착각인지 드러나게 된다.


프란치스칸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지 거의 대부분 수도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한다. 도시의 중심부는 살기가 편한 곳이기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특히 프란치스칸의 도움이 필요한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접근이 가장 쉬운 곳이기에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히 프란치스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특별히 대할 수 있는 곳이기에 선택한 곳임을 프란치스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교회적 차원에서 큰 성공의 요인이 될 수 있었고 정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정동 수도원은 프란치스칸 사목의 정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정동 수도원은 이런 관점에서 서울에서도 가장 접근이 쉬운 자리에서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종교 기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동 수도원이 바로 지금의 자리에 있었기에 또 이런 자리에 대한 의미성을 알고 사명감으로 살아간 형제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정동에서 했던 프란치스칸 사목은 여러 감동의 기억으로 수도원에 남아 곱게 다듬어진 가구처럼 우아한 기억을 남기고 있다.


이 수도원에는 프란치스칸들과 명도원에서 언어를 공부하는 선교사들이 어우러진 복합 공동체이면서 서로 너그러운 이해 속에서 화기애애한 복음적 생기를 풍기는 공동체 분위기를 항상 유지했다.


당시 서울에 성직자 수도자들이 손님으로 오면 호텔 외에는 마땅히 머물 곳이 그리 없던 처지에 수도원은 요즘 많이 강조하는 환대 공동체로서 이름만이 아니라 실재적으로 많은 도움을 베풀게 되었다. 한번 다녀간 손님들의 호감 어린 입소문으로 정동에는 외부 손님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손님 중 특별히 기억나는 분은 예수회 신부로서 일본 히로시마 음악원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시던 프란츠 폰 신부님이다.


당시 우리 교회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오르간 연주에 관심이 커짐으로 그분이 자주 초청받아 오셨는데 항상 정동에서 지내셨다. 이분에게 어느 날 농담처럼 왜 예수회원이신데 서강 대학에 가시지 않고 여기 계시느냐고 물었을 때 그분은 정동 수도원이 접속성도 좋지만 프란치스칸 적인 태도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지낸다고 하셨다.


요즘 수도원이 환대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주 강조하는데 프란치스칸 환대라는 것은 우리 표현으로 “칙사 대접”을 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공간이라면 당시 정동 수도원은 이런 면에서 준수한 모범을 보여서 서울을 찾는 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알려진 공간이 되어 프란치스칸 환대의 좋은 모델이 되었다.


또한 수도원이 정상적인 균형을 잡기 위해선 산신령 같은 수도자가 필요한데, 미국 신시나티 관구 출신으로 중국인 사목을 위해 계시던 도날드 헤븐 신부님은 당시 정동 수도원의 산신령이셨다.


이층 성당의 창문 쪽 자리에 앉아 성무일도 기도를 바치시는 모습은 수도원의 무게를 담아주는 좋은 모습이었고 이분 외에도 학생 선교사 중에 경건하게 살아가는 기도 생활의 조화로움이 도심에 있으면서도 경건한 수도원 분위기를 키웠다.


특히 1969년부터 지금 교육 회관 자리에 처음으로 교육 수도원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주일이면 수도원 성당에서 성무일도와 함께 바치는 성체강복에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때 교황 대사님도 참석하실 만큼 정동은 교회와 세상에 대해 영적인 경건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수도원 공간이었다.


어언 정동 수도원이 시작된 지도 56년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어려운 일, 아쉬운 일이 없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칸으로서 도심 공간에서 해야 할 다양한 봉사, 즉 모든 것을 통해 예수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도우는 것을 사명으로 느끼며 노력하다 보니 여러 인간적인 약점으로 후회스러운 일을 자주 당하면 서도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



다음엔 정동 수도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관구의 제2창설자이신 아뽈리나리스 신부님을 보도록 하겠다. 정동 수도원 이야기는 두 주간마다 연재토록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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